제1장 정의 및 개념



 

1.3 연구범위



그렇다면 구체적인 서지학의 연구범위는 어떠한 것들일까. 후술될 연구방법에서 자연스럽게 언급되었으나 간략하게 정리될 만한 것들을 몇가지 의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장택규구야(長澤規矩也)의 견해를 보면(長澤規矩也, 1960, p. 2.)

1. 도서의 정의, 범위, 기원, 발달
2. 도서의 재료, 형태(대소, 양식), 장정, 부속품
3. 서사, 인쇄의 재료, 양식, 방법, 종류, 역사
4. 내용(text)의 성립(저술, 편수, 번역, 도표), 종류, 전래, 교정,존망(存亡)
5. 도서의 수집, 보존, 분산등에 관한 사정, 방법, 역사
6. 문고·도서관의 유별, 역사
7. 도서정리의 원리, 방법, 역사(목록법, 분류법)
8. 도서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의 기업(편집, 인쇄, 제본, 출판, 매매,대차) 등으로 매우 광범위 하게 나열하고 있으며 특히 이 중 2, 3항만을 서지학의 연구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작은 의미의 서지학인 형태서지학(形態書誌學)일 뿐 모든 것이 포함되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 소견산수해(小見山壽海)는(河東縞 譯編, pp. 21-24.)

제1단계 즉 최대 광범위에서는 도서에 관한 일체의 사상(事象), 곧 서책에 대해서의 여러가지 연구, 기술(記述) 일체를 포함
제2단계 즉 최광범위에서는 일체의 쓴 것 및 인쇄물 그리고 이것에 직접 관계 있는 것으로 서 그 역사적인 것과 도서 애호가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사항, 예를 들면 인쇄의 역사, 도서의 장정, 삽화, 수집에 관한 일
제3단계에서는 손으로 쓰여진 사본을 제외한 인쇄된 간본(刊本)에 한함
제4단계는 저자, 인쇄, 판식 발행횟수 및 분류의 일 포함
제5단계는 좁은(狹)범위로 분류에 관한 사항을 포함치 않는다.
제6단계는 최협 범위로 서목을 말하고
제7단계는 최소협범위로 관계 또는 참고문헌을 뜻한다고 하면서 이를 크게 대, 중, 소 서지 학으로 나눈다면 대서지학에서는 1단계를 중서지학에서는 6단계를 소서지학에서는 7단계를 다루면 좋겠다는 의견을 펴고 있다.

대·중·소 서지학으로 나누는 견해는 상당히 합리적이나 해당항목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결국 이들 연구범위는 앞에서 살핀 여러 정의와 뒤에서 살필 제이론과 연결되면서 논의되어지는 것이지만 너무 세분화시키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므로 크게 대·중·소로 범위를 나누어 각 분야를 적용시켜 보는 것이 논리적일 듯 싶다.

즉 가장 큰 범위로서는 도서와 관련되는 일체의 사상(事象)을, 최소범위 로서는 환원된 bibliographie의 개념, 다시 말해 가장 적절한 목록이나 서지를 만들기 위해 자료를 탐색, 기입, 설명, 분류하는 것을, 그리고 나머지 일체를 중간 범위로서 집어넣는 방법이다. 따라서 중서 지학은 대체로 역사를 비롯한 도서의 물리적인 일체의 사항을 포함하는 것이고 소서지학은 목록과 서지 연구에 국한하여 그에 필요한 저자, 인쇄, 판식, 발행횟수 등에서부터 분류, 그리고 참고 서목에 이르기까지가 해당될 수 있다. 여기서는 어떠한 학적 체계나 이론을 따진다거나 명칭이 가져오는 의미나 뉘앙스를 밝히기 보다 서지학이 다룰 수 있는 대상과 범위를 말하는 것이므로 쉽게 대별해 본 것이다.



다음으로는 모든 서지학 관계의 논문을 수록하고 있는 Essays on bibliography에 실린 논 문 내용으로 그 연구범위를 살펴 보자. 특히 이 도서는(Essays on bibliography, compiled and edited by vito J. Brenni, Metuchen, 552p.) 일개인의 견해가 아니고 서지학 내의 각 분야마다 다양한 학자들의 논문 49편을 싣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 접근방식이나 연구범위를 조사하기에 는 매우 적합한 참고서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내용을 보면 국가, 저자, 주제서지 등 목록적 측면의 서지, 분석, 원문, 역사 서지학으로 논의되는 각 서지학의 종류와 특성, bibliography의 역사와 이론, 서지적 구성과 통 정(統整, bibliographic control), 서지적 탐색, 서지학자, 서지와 도서관, 그리고 서지센터 (bibliographic center)등으로 역시 서지나 목록적인 협의의 개념에서부터 도서를 다루는 인물 과 기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도서만의 학문"이 아닌 뉴 미디어를 포함하는 모든 매체로서의 "문헌의 학문"을 표방하는 이 시점, 그 연구의 대상이나 범위는 어떠한 것일까. 국제문헌학회 (A.I.B.)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문헌학회지인 문헌(文獻, L crit)의 출현을 앞두고 문헌의 연구 대상을 다음과 같이 규정짓고 있다.

  • 문헌 커뮤니케이션 체계
  • 인쇄된 원고
  • 정기간행물
  • 비정기간행물
  • 문서적 문헌
  • 시청각 문헌
  • 전자 문헌
  • 회색 문헌(Littrature grise, Grey litterature) : 60년대 미국과 1968년 5월에 프랑스를 풍 미하던 지하(underground)문헌. 이는 또한 非正式 출판물 또는 非賣品으로도 해석되며 대 체로 질이 좋지 않은 종이에 질이 좋지 않은 활자(따라서 기본적인 색체가 회색)로 찍은 데서 나온 언어로 1970년대에 주로 많이 유통되었다.
    　


  • 상용(商用) 문헌, 과학 및 기술문헌
  • 언어와 문자
  • 생산과 재생산 체계
  • 간행과 분배의 체계
  • 도서관(bibliothque)과 미디어관(mediathque)의 체계
  • 독서 및 정보의 이용
  • 문헌학(bibliologie)의 방법과 과학


아울러 에스띠발은 bibliologie가 모든 매체로서의 문헌(crit)의 학문이므로 검토해야 할 연구 범위에 다음의 학문들을 넣고 있다.

  • 문서관리(archivistique)
  • 형태서지(bibliographie matrielle)
  • 도서관학(bibliothcologie)
  • 문자의 생태역학(生態力學, biomcanique de l criture)
  • 법전학(法典學, codicologie)
  • 문서관리학(documentologie),
  • 출판학(ditologie)
  • 금석학(pigraphie)

  • 문자의 생성(gntique de l crit)
  • 문자학(grammatologie)
  • 필적학(筆跡學, graphologie)
  • 정보학(informatologie)
  • 독서학(lecturologie)
  • 고문서학(古文書學, palographie)
  • 파피루스 문서학(papyrologie)
  • 고문헌학(古文獻學, philologie),
  • 문헌심리학(psychologie bibliologique)
  • 독서 생리심리학(physiopsychologie de la lecture),
  • 독서 사회학(sociologie de la lecture) 등이다.

　

1.4용어 및 범위의 정립 문제



전부가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여러 학계, 또는 기타 여러 분야에서의 취약점은 그 기초가 튼튼치 못하고 전개 방법 이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문용어 (terminologie)의 정립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얘기되어질 수 있는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통용되어온 서지학의 경우 이 문제는 조금 더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용어의 성립 이후 bibliography는 영어권이나 라틴권 모두에서 그 본질을 기반으로 하여 많은 부분 수정되거나 개선되어 왔으나 동양권, 그것도 중국 본토를 포함시키지 못한 한자권에서는 도입시킬 당시에 그 내용이 거의 그대로 답습되다시피 한 형편으로 결국 bibliography 가 일본어로 번역되면서 야기된 문제라 하겠다.

bibliography의 역어(譯語)로서가 아닌 재래(在來) 또는 전래의 한자 용어에 대한 학적 연구라고 한다면, 그 역시 방법에 있어서는 서구의 것을 일단 차용해야 하겠으나, 조금은 덜 혼돈 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가장 보편적인 예로 목록학(目錄學)이라고 할 때, 한중일(韓中日) 모두 그 유래를 유향(劉向), 유흠(劉歆) 부자(父子)의 칠략(七略)에서 찾을 것이고 어떤 분류를 통해 어떤 경로로 발전되어 왔으며 완벽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이상적인 목록을 작성하는 방법은 어떠한 것이 라는 제시를 하는 것으로 그 학문적 성격을 규명할 것이다.

이보다 덜 보편적이기는 해도 저자의 본래 의도대로의 원문(原文)을 연구하고 본원하려는 교수·교감학(校讐·校勘學)도 나름대로의 공통분모를 찾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1950년대부터 구체화 되었다는 판본(板本) 또는 판본학(版本學)의 경우 대만, 중국 본토 및 우리나라에서는 사용되는 공통적인 용어이나 일본의 경우 "전적(典籍)을 만들기 위해 조판(雕板)한 판목(板木)으로 찍은 판(版)"정도로 정의되는 판본만이 보편적인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또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갖고있는 특성은 현행적 또는 미래적인 것을 배제한 채 과거지향 적인 회고성만을 띠고 있는데다가 포괄적이거나 일반적으로 학문의 성격을 보편화시키지 못한 까닭으로 그들이 각자의 학문영역으로서는 하자가 있을 수 없으되 그들이 서지학을 전부 대변 할 수는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본디 서지학을 모든 문헌기록적 매체의 학이라고 할 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쌓여온 대상 이 현행적이거나 미래적인 것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다변적인 그들 연구에 있어 어차피 회고성 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나 회고적인 것만이 그 대상이 되어서도 절대 안 될 것이다.

서지학이라는 용어가 갖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는 크게는 결국 세가지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다.

첫째, 누차 얘기한대로 그것은 한자권 또는 우리나라에서의 자생적인 용어가 아닌 번역어 인데다가 한자권의 주체인 중국 본토에서 현재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전문적 용어 나름대로의 보편성조차 갖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따라서 한자권에서의 보편타당성을 띠고 있는 적합한 용어의 사용으로의 전환이 검토되어져야 한다. 중국의 국립도서관인 북경도 서관(北京圖書館)에서 서지학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밑의 2종의 도서 이외에 문헌학, 도서관학, 정보학을 다룬 그 어느 분야의 도서 또는 기관에서도 그 용어는 찾을 수 없었다.

－書誌學, 馬導源 撰, 上海商務印書館, 民國二十三年.
－出版事業, 書籍, 雜誌, 書誌學, 書誌學雜誌, 那札夏夫 Haaapou, A 等著,    趙承先 等 譯, 北京 時代出版社, 1956, 鉛印本)

둘째, 적어도 한 분야의 과학 또는 학문으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지엽적이고 파생적인 여 러 관점들을 학적 방법에 따라 체계화시키고 종합화시키는  포괄적인 것이어야 하는데〈서지학 (書誌學)〉은 명칭 자체도 서지와 연결되어 서목학(書目學)이나 목록학(目錄學)에 알맞는 것이려니와 현재 우리나라에서 흔히 통용되는 개념도 체계적 이론이 별로 없는 고서학(古書學)정 도로 편향, 축소화 되어 있어 일반에게는 물론 학계에서 조차 그에 상응되는 정당한 학적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문헌기록의 학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의 용어를 사 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그 연구의 대상이 비록 지역적으로 또는 시대적으로 제한된다 할지라도 그 연구의 방법만은 최신성과 국제성에 기반하여야 한다는 점은 학문 발전에 있어 기본이 되는 것인데, 19세기의 관점에서 번역된 서지학은 서구의 학적 전개에는 부응하지 못한 채 그 당시의 용어 만을 차용하고 그 개념에 머무른 관계로 현 시점에서 볼 때 별로 설득력이 없는 번역어로 받 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학문영역에는 최신의 방법론을 도입하되 그에 적합한 우리의 용어를 사용함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용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역시 포괄적이고 보편적
이며 일반적인 <문헌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문헌의 과학>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문헌학(文獻學)이나 도서학(圖書 學)이 아닐까 한다.

용어의 채택과 정립의 문제는, 이미 라틴권의 용어의 변천과정에서 보았듯이, 단시일에 해결되거나 학계의 뒷받침 없이 일개인의 주장으로 이루어질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서양에서 받아들인 용어 그 자체가 시대에 맞게 변화되어 왔다면 번역으로서의 우리의 용어도 그 수순을 밟아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는 한 어떠한 제시 또는 제안도 없이 주어진 것만을 답습한다는 것도 그 학문의 단절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 더 나아가 동양 한자권에서의 용어의 정립에 대한 하나의 시안(試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문헌 또는 도서의 학문으로서 우리는 역시 다음의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1. 기존의 서지학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체계를 세우고 발전 시키는 방안
  2. 통념상 일반이나 학계에서 무분별하게 고서의 학(古書의 學) 또는 애서의 학(愛書의 學)으로만 받아들여지는 서지학이 되든, 아니면  명칭 그대로 서지의 학(書誌의 學)으로서의 서지학이 되든 그  나름대로의 용어를 한 분과로 남겨두고 그것까지 포함하는  문헌학이나 도서학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3. 앞서의 지적대로 용어의 성립에서 학적 체계에 이르기까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서 지학이라는 명칭 대신에 대부분의 학문적 명칭의 예에서 보듯 일반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보통명사로써의 문헌학이나 도서학을 채택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첫 번째 안은 그 방법론이 잘 정리되고 그에 대한 보편적 인식만 적절하게 확산된다면 현 시점에서 문제를 크게 확대시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학문의 성격을 대변하는 용어로서 결코 적절하지는 못하다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서지학이 하나의 분과로 남는다는 두 번째 안의 경우는 기존의 서지(書志), 서지(書誌)등 의 용어와 함께 그 의미를 살펴 볼 때 우리나라에서 흔히 받아들여지는 전자 보다는 오히려 후자쪽이 더 적절하며 서지학에 대한 기존 개념의 과감한 타파가 이루어진다면 불어의 bibliographie와 bibliologie의 경우처럼 지엽적인 것과 포괄적인 것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연구되어질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안은, 긴 안목으로 볼 때 두 번째 안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이 시점에 서 한번 심각하게 숙고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bibliologie, 또는 각종 관형 수식어가 붙는 영어 bibliography의 역어로 서의 용어의 의미가 그 학문적 내용에 적절하여야 하는데 "도서의 일람표"적인 요소로서, 또는 "애서가적 입장에서 본 도서의 형태 연구"의 입장으로서 오늘날 받아들여지기에는 현재의 그 의미가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자권의 보편적인 용어로 목록학, 판본학,교수·교감학(校讐·校勘學)을 사용하면서 각 각의 서구식 방법론을 적용시켰더라면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것을 위의 분야들을 포함한 포괄적 인 "도서의 학"으로서의 bibliography를 도입하고 그곳에 신조어(新造語)인 서지학을 적용시킨 것에 일차적인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일단 적용시킨 바에는 꾸준히 그 방법의 개선과 발전에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데 내용의 전개에 있어서는 번역될 당시의 수준에서 별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역어를 성립시킨 일본에서조차 서지학을 영어의 bibliography, 불어, 독어의 bibliographie 로 표시하면서 오늘날 그것을 단지 "서물(書物)을 물질적 존재로서 조사하고 연구하는 과학" (大日本百科事典)쯤으로 변변한 방법론, 또는 전개방향 그 자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은 더욱 유감스러운 일이다.



현재로서 가장 바람직한 용어는 문헌학(文獻學)인데, 그것 또한 일본의 영향을 받아 지금 까지 보편적으로, 협의로는 고전원문의 비판적 복원과 그 정확한 해석, 광의로는 고전고대학 (古典古代學)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말하자면 bibliology나 bibliography의 역어가 아닌 philology 의 역어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브리태니커 세계백과사전(1993년 刊)에, 비록 그 내용전개가 옛 문화의 고증, 문헌 비평 및 해석을 중심으로 하는 학문으로 대폭 축소되어 기재되기는 하였으나 문헌학을 bibliography의 역어로 사용하고 있음은 진일보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유럽에서의 philologie는 "전문적 용어"로서의 "문헌연구"라는 점도 빼놓지 않고 있으나 영어에서는 이미 언어학(linguistic)의 의미로 변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언어적인 관점이 아닌 문헌적인 관점이라 하더라도 회고성만이 강조되는 philologie가 전반적인 문헌학으로 대변될 수 는 없는 일이므로 이 역시 잘못 받아들여진 일본식 역어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록 전개방식에서는 회고적인 성향을 많이 띠고 있으나 일본에서 처음 받아들이면서 번역된 philology로서의 문헌학이 아닌 "문헌 그 자체에 대한 재인식"의 관점에 서 문헌학을 보고 있는 견해가 나왔다.(柳鐸一, p. vi.)

문헌이라는 말이 사실기록(事實記錄)의 전적(典籍)이라는 "문(文)"과 현인들의 논평이라는 "헌(獻)"으로 논어(論語)의 팔일(八佾)에 "문헌부족고야(文獻不足故也)"라는 대목으로 처음 쓰인 이후 무릇 인류문화상의 모든 기록이 수록된 책을 뜻하게 되었는데, 시대가 진행됨에 따라 기록을 수록하는 매체가 변천되고 오늘날에는 전자적 매체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나 문헌이 가 진 본질적인 뜻이 변화된 것은 아니다. 중국의 문헌학사전(文獻學辭典)에도 문헌을 "모든 역사적 가치가 있는 도서문물자료(圖書文物資料)(趙國璋, 潘樹廣 主編, pp. 185-186.) 라고 적고 있다.

근래에 이르러 중국에서 정리된 문헌학은 영어나 라틴 계통 용어에 대한 선택이나 이론적 체계면에서 다소 문제가 있거나 뒤떨어지기는 했으나 같은 역사적 전통국가로서 프랑스의 bibliologie의 체제와 흡사한 면을 볼 수 있다.

비단 문헌학 뿐 아니라 그 상위개념의 전 분야에 있어서도 중국 전래의 방법에서부터도 서관학(圖書館學), 그리고 최신의 정보학(情報學)에 이르기까지 그 이론과 실제가 우리나라와 는 비교가 안되게 많이 연구되고 체계화되어 있어 그들이나 우리 모두에게 보편적인 용어는 신속하게 통일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의 중국학계가 전개하고 있는 내용들에서 문헌학(文獻學)이 왜 우리 한자권의 가장 적절한 표현이며 우리가 이를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당위성이 입증될 것이다.

bibliologie가 문헌의 학문이되 매체를 필요로 한다는 내용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가공 정황에 따라 논문, 단행본의 일차(一次)문헌, 목록, 색인, 초록(중국식 표현으로 文摘)의 이차 (二次)문헌,그리고 이차문헌을 모아 놓은 삼차(三次)문헌으로 나누었으되 그 기록매체의 종류에 따라서는 니판문헌(泥板文獻, clay tablet), 지초문헌(紙草文獻, papyrus), 양피문헌(羊皮文獻, parchment), 납판문헌(蠟板文獻, waxed tablet), 갑골문헌(甲骨文獻),



금문문헌(金文文獻), 석각 문헌(石刻文獻), 간독문헌(簡牘文獻), 겸백문헌( 帛文獻), 사본문헌(寫本文獻)과 목판 (木 板), 활판(活版)의 인쇄형문헌(印刷型文獻), 복사본인 영인문헌 (影印 文獻), 계산기배인문헌(計算機排印 文獻, computer typesetted), 입체인쇄도편(立體印刷圖片, three dimensional print)을 포함하는 지질문헌(紙質文獻), 음상문헌(音像文獻, audiovisual media), 축미문헌(縮微文獻, microform), 광반(光盤, optical disk)을 포함한 기독문헌(機讀文獻, machine-readable)으로 세분화했다.

또한 단행본, 교과서, 사전, 자전(字典)류등의 총류서(工具書), 총서(series), 총집, 별집, 정 서(政書), 지방지(地方志), 필기(筆記)로 분류되어 나열된 현행적인 의미를 갖는 도서와 소책자, 연속출판물을 하나의 묶음으로 차별화하고 이외에도 문헌의 유형이나 출판의 형식에 따라 과학기술보고, 학위논문, 회의문헌, 특허문헌, 정부출판물등과 계보(系譜)나 지도, 공문서 및 일반 문서 등으로 나누고 있다. (中國大百科全書, 圖書館學 情報學 案學, 北京 上海:中國大百科全書 出版社, 1993, 679 p. 이 백과사전은 일반적인 백과사전이 아닌 방대한 주제별 백과전서로써 각 분야 연구에 있어서 결정적인 지침서인데 도서관학, 정보학, 당안학(문서학, archives)을 한 권으로 묶어 상세하고도 심층적인 설명을 주고 있다.)



결국 여기에서 보는 문헌은:

첫째, 기록으로써 알 수 있는 정보, 즉 문헌적 내용
둘째, 기록 정보를 표현하는 문자, 도표, 성음(聲音), 도상(圖像)등의 부호
셋째, 기록에 사용되는 죽간(竹簡), 종이, 멀티미디어 등 물질적 체재, 즉         문헌적 외재형식 (文獻的 外在形式)
넷째, 서사(書寫), 인쇄, 녹음, 녹상(錄像)등 기록의 방식 또는 수단, 즉         체재적 연계(體裁的 聯系)방식의 4개의 요소로 구성된다.(中國大百 科全書, p. 465)



이와 같은 문헌의 학문으로서의 문헌학은 문헌의 생산, 발전, 정리 및 이용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으로 사회적 발전과 학술적 진보와 더불어 발전하며 고전문헌학(古典文獻學)과 현대문헌학(現代文獻學)으로 나뉜다.

고전문헌학은 일반적으로 넓게 교수학(校讐學), 즉 서한말(西漢末) 유향 (劉向) 흠(劉歆) 부자에서부터 역대 학자들에 의해 발전되어온 고대 전적의 분류, 편목, 판본, 교감(校勘), 변위 (辨僞), 집일(輯佚), 편찬, 교점(校点), 번역과 유통(流通) 등을 위주로 연구되는 학문이며 현대 문헌학은 문헌업무, 도서관학이나 정보학 등의 과학적 이론, 그리고 기본임무로서의 조직과 검색이용을 중시한다.

또한 문헌학은 타과학과 결합하거나 연구범위를 규정하여 문학문헌학 (文學文獻學), 역사문헌학(歷史文獻學) ,지방문헌학 (地方文獻學)등으로 나눌 수 있다. 문헌학은 이와 같이 서치학적 (書治學的) 기초 학문이어서 철학에서부터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적 연구와 더불어 논의되기도 한다.(趙國璋, 潘樹廣 主編, p. 1.)




1) 문헌의 성질과 정의, 각종 문헌의 내용형식, 특색, 가치, 그리고 문헌의 인류발전사상에의 작용과 그 지위 등을 다루는 문헌의 특성과 기능연구

2) 문헌을 각 유형별로 연구하는 문헌유형연구

3) 문헌의 발생과 발전과정, 역사적인 문헌의 취산존일현상(聚散存佚現象)과 그 내재 규율, 각 국가, 각 시대별 문헌의 정리와 연구상황을 살피는 문헌 및 문헌학의 발전역사연구

4) 문헌의 발전변화와 분포규율에 관한 것, 즉 문헌의 증가와 반감기, 문헌의 분포와 당대 학문과의 상관관계 등을 다루는 문헌류적 연구 (文獻流的硏究)

5) 어떤 일개 분야 문헌의 전문적 연구로서의 전과문헌학 (專科文獻學 =專科目錄學). 이는 주제서지(主題書誌)를 말하는데 중국에서는 bibliography도 목록으로 해석하므로 주제목록이라 할 수 있다.

6) 도서학(圖書學), 특허문헌학(特許文獻學), 지초문헌학(紙草文獻學), 돈황문헌학(敦煌文獻學) 등과 같이 전문적 학과를 형성하는 일개 유형 또는 일정한 문헌군(文獻群)의 전문적 연구

7) 판본(版本)문제, 교감(校勘)문제 등을 다룬 판본학(版本學) · 교감학 (校勘學)등과 같은 미시 적 연구로 나뉘어진다.(中國大白科全書, p. 491)


이상에서 살펴 볼 때 중국에서의 문헌학의 연구는 상당히 구체화된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용어에서부터 연구내용에 이르기까지 한자권 국가인 우리로서는 충분히 받아들일 가치가 있다.




중국에서의 문헌학의 용어가 워낙 완벽히 정립되고 문헌의 범위 내에 도서가 포함된 관계 로 도서학의 명칭은 상대적으로 약한 면이 있으나 이것도 일고의 여지는 남아있다.중국의 문헌학의 경우 어원에서부터 자국의 문자에서 출발하였으되 방법의 도입에서의 영 역(英譯)은 documentation science;documentrics(中國大白科全書, p. 491) , document studies; documentation(周文駿 主編, p. 471.) 등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bibliology는 도서학(圖書學)으로 표현하고 있다.(周文駿 主編, p. 453 ; 周劍波등, p. 47) 물론 여기서의 도서학은 축소된 의미이므로 현재 프랑스가 정립한 bibliologie의 체계와는 상응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보면 이들 용어의 시발점을 bibliology로 표현하고 1895년 국제서지협화(國際書誌 協會, Institut International de Bibliographie)로 설립되었다가 1937년 국제도큐멘테이션연맹(중국 명칭:國際文獻聯合會, Fdration Internationale de Documentation)으로 바뀐 시점으로 부터 documentation과 문헌을 연결시키고 있다. 중국에서도 bibliographie에서 bibliologie를 명명 (命名)하고 이론체계를 성립시킨 프랑스학계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형편이며 F.I.D.의 Documentation도 불어로서 Paul Otlet의 Trait de Documentation, Le Livre sur le Livre, Thorie et Pratique(도큐멘테이션 개론, 도서에 관한 도서, 이론과 실제)로부터 본격화된 사실은 다루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그 어원을 따져보면 오히려 도서학 쪽에 타당성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적 개념에서 도서는 book이고 book은 "앞뒤 겉면을 제외하고 49쪽 이상의 인쇄물" 이라는 UNESCO의 정의에 따를 때 그 대상은 제한되지만 그림이라는 "도(圖)"와 글이라는 "서(書)"는 오히려 신현대적 개념으로 풀이될 수 있다.

본디 고대 중국의 하수(河水)와 낙수(洛水)에서 나온 그림(圖)과 글씨(書)에서 유래된 도서 (圖書)는 동양에서는 손으로 베낀 사본(寫本) + 목판으로 인쇄한 목판본(木板本) + 활자로 인쇄된 활판본(活版本) = 도서라는 등식으로 발전되었으며 서양은 활판인쇄본만이 도서라는 관 점을 고수하여 결국 인쇄이전의 사본과 현대의 전자문헌이 도서와 차별화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어차피 서양과 달리 모든 매체 위에 기록된 그림과 글씨가 도서라고 하는 동양의 지금 까지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전자(電子)문헌이 출현한 지금에 와서도 우리의 입장에서 달라질 이유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현행적이자 미래지향적인 bibliologie의 대상이 되는 biblion이 동화상과 정지화상을 포함하는 l image와 l crit, 즉 image와 writing이라는 점에서 볼 때 도(圖)와 서(書)가 합친 도서(圖書)는 오히려 문헌보다도 더 정확한 용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도서의 차별화는 일일이 "베껴 쓰는 것"에 반(反)한 여러 개가 "복제되는 것" 이었을 뿐 새로운 각종 전자매체가 등장한 현 시점에서 전자도서(monitor book, electronic book, electre-biblio등)니 음성도서 (audio visual book, livre audiovisuel)등의 표현으로 이어져 나가고 있다. bibliologie가 단어 그대로 번역해서 "도(圖)"와 "서(書)"의 학문이라면 거꾸로 이 제는 서양이 사본까지도 도서의 범주에 넣어야 할 시점이 온 셈이다. 동서를 포괄한 국제문헌 학회에서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대상 및 연구범위에 있어서도 지금까지의 것을 적절히 종합, 정리할 경우 바람직한 답변 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문헌학, 통칭 우리의 서지학의 대상은 그것이 문자부호이든 음향을 동반하거나 하 지 않는 화상부호이든 어떤 매체를 통한 "기록적(記錄的)" 의미를 갖고 있는 총체라 말할 수 있다. 이를 총괄적으로 문헌, 또는 앞서의 지적대로 "도(圖)"와 "서(書)"로써의 도서로 지칭할 수 있으며 각각의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즉 가공형태에 따른 일차문헌, 이차문헌, 삼차문헌,



기록이 담긴 각종 매체의 종류에 따른 점토판문헌(粘土板文獻), 파피루스문헌, 양피지문헌(皮紙文獻), 납판문헌(蠟板文獻), 갑골문헌(甲 骨文獻), 금석문헌(金石文獻), 간독문헌(簡牘文獻), 견지문헌(絹紙文獻), 사본(寫本), 목판(木版), 활판(活版), 영인(影印), 전자출판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종이문헌, 즉 통칭 도서(圖書), 기계가 독형 음상문헌(音像文獻), 마이크로형태문헌, CD-ROM등의 전자문헌 등이 그것이다.



또한 유형별로 볼 때 그 형식에 따라서는 단행본, 팜플렛, 연속간행물, 학위논문, 회의자료, 과학기술자료, 상용자료(商用資料), 보고자료, 정부출판물, 회색문헌(懷色文獻), 그리고 고문서나 공문서 등의 문서류로 나눌 수 있다.



그 내용에 따라서는 총류에서부터 인문, 사회, 자연과학 전반에 걸쳐 DDC, UDC를 비롯한 각종 분류체계에 대입되는 각 분야의 학문별 문헌이 논의될 수 있다. 아울러 아동, 청년, 여성, 맹인등등 대상을 특수 계층화하여 나눈 문헌군(文獻群)도 있다.



이상의 대상을 여러 측면에서 다루는 것이 그 연구 범위라 할 수 있는데 이어질 연구의 이론과 실제에서 상세히 언급되겠지만 결국 크게 보아 위에서 본 대상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리스트화하는 서지목록적 (書誌目錄的) 측면, 도서 또는 문헌을 가시적인 물질로 고찰하는 물리 형태적(物理形態的) 측면, 문헌 그 자체의 학문적 성격을 파악하고 연결되는 학문과의 관계를 다루는 학적, 학제간(學的, 學際間) 측면, 그리고 이론 및 방법론의 측면으로 나눌 수 있으며 앞의 두 부분은 실제적인 면으로, 뒤의 두 부분은 이론적인 면으로 강세를 띤다 하겠다.

가장 협의의 문헌학이자 그 범위 및 방법 또한 가장 구체적이고 확실한 서지목록적 측면 은 각종 문헌의 수집, 보존, 정리방법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불어로 정확하게 bibliographie, 보 편적 개념의 영어로서도 bibliography로 대변된다. 한마디로 각종 문헌의 수집, 보존, 정리의 방법과 연계된 이 분야에서는 동서(東西)의 서지 또는 목록의 기원과 발전과정을 포함하는 그 역사와 회고적이든 현행적이든 각 지역, 각 시대의 서지 및 목록의 구성과 편성 방법, 그리고 서지통정(書誌統整, bibliographic control)의 문제를 다룬다. 그 과정에서 동양 전래의 분류와 목록법에서 부터 MARC 시스템이 도입된 7개 부문의 ISBD나 문헌중심적 정보학(文獻中心的 情報學)의 시발점이라고 얘기될 수 있는 계량서지학(計量書誌學, bibliometrics, 오늘날의 scientometrics, informetrics, 중국에서는 文獻計量學이라고 함)까지 논의된다.

물리형태적 측면은 역시 그 대상이 가시적인 관계로 학문의 관념성 보다는 기술(技術)성 이 중시되며, 따라서 전자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이며, 어떤 사실에의 추론보다는 사실의 기술에 역점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기록매체, 서사(書寫)나 인쇄기술을 다룸에 있어 그들이 나타나게된 연유나 의의, 그 영향등과는 상관없이 물건 그 자체의 형태의 파악에만 관계한다. 예를 들어 양피지 고문헌을 다룰 경우 물질로서의 양피지와 그 안에 수록된 문자의 형태에 관해서 만 연구를 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모든 문헌들을 구성하고 있는 파피루스, 종이, 전자매체등등의 각종 매체들, 그곳에 사용된 문자, 부호, 삽화, 활자, 그리고 그들의 표출도구로서의 묵, 잉크, 목판술, 활판 술, 책의 장정, 그밖에도 특수성을 띠는 서양의 머리글자, 워터마크, 인장(印章), 접지(摺紙), 동 양에서의 판식(版式), 판종(版種), 내사기(內賜記), 피휘결획(避諱缺劃)을 비롯하여 다양한 지엽 적인 형태에 관한 연구를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각각의 물질적 대상의 기원과 그 내용전개, 그리고 발전 상태 등의 역사적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문헌과 관련되는 모든 현상과 모든 학적 체계의 연구가 가장 광의의 문헌학으로, 앞의 두 가지 측면까지도 포함시켜 본고의 핵심적인 주제가 되는 부분이다.



그 연구범위에 있어 지금까지 살핀 동양, 미국, 프랑스의 그것을 종합하되 다음과 같이 재 구성하였다. 즉 문헌의 학문 그 자체로써의 학(學)에는 문헌학(文獻學, bibliologie), 매체학(媒 體學, mdialogie), 문서학(文書學, archivistique), 고문서학(古文書學, palographie), 파피루스문 서학(papyrologie), 고문헌학(古文獻學, philologie)등을 들 수 있는데 전자 세 종류는 현행적, 회고적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며 후자 세 가지는 회고적인 것으로 중국의 표현을 빌리면 고전 문헌학(古典文獻學)이다. 역시 이들의 기원에서 발전과정상의 역사적 연구는 형성되고 중국식 표현으로 역사문헌학(歷史文獻學)이다.



문헌과 직접 관련되는 학제간 연구로는 도서관학(bibliothcologie), 도큐멘테이션학 (documentologie), 정보학(informatologie), 출판학(ditologie), 기호학(smiologie), 언어학(linguistic) ,문자학 (gramatologie) 등이 있고 간접적인 학제간연구로는 모든 학문, 즉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역사학, 심리학, 법학, 논리학, 미학, 공학, 거시정보학(巨視情報學)등을 망라 할 수 있다.

제 2장 연구방법의 제이론

2.1 동 양



앞서도 지적했듯 이론이나 방법론에 관한 한 동양에서의 연구는 그다지 체계적으로 발전 되어 있지 않다. 그 용어부터가 일본에서 역어로 명명되어 중국과(長澤規矩也, 1960, p. 7.) 우리나라에 받아들여진 것이기 때문에 방법론에 관한 한 동양 3국의 것을 합쳐봐야 수종에 불과 하다. 그나마 본격적인 방법론의 전개라기 보다는 연구의 범위를 통해서 또는 저자가 속한 국 가의 도서의 역사라든가 물리적인 검토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방법을 제시한 것이 대부분이라 하겠다.

또한 동양 3국 중에서도 대만을 제외한 중국 본토의 경우는 앞장에서 언급한 2종의 도서 이외에 서지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어진 상태이다. 다만 중국에서의 연구방법은 역시 앞 장에서 살펴본 현재의 문헌학의 전개과정에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동양에서 가장 개척자적인 직분으로 대표될만한 연구를 한 사람이 書誌學을 낸 소견산수해(小見山壽海, 書誌學, 東京, 1931. 이는 河東縞, pp. 1-205까지 수록되어 있다.)라 할 수 있다. 그는 서양의 방법론에 따라 서지학을 이에 관한 제반 명사(名辭), 정의, 범위, 역사등에서부터 학적 체계, 그리고 나름대로의 자신의 결론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광범위하고 해박한 지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학적 연구의 방법을 종관적 서지학(綜觀的 書誌學)과 분관적 서지학(分觀的 書誌學)으로 대별하여 전자를 전반적으로 광범위한 일반적인 도서의 학문으로, 후자를 지엽적 인 목록의 학문으로 구분했다. 즉 전자는 도서 자체, 다시 말해 하나 하나의 특정한 도서를 다루는 것이 아니고 전체로서의 도서에 대하여 논하는 것이며 후자는 개개의 도서에 대해 기재 (記載)함을 그 직능으로 삼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목록의 의의, 개별목록(個別目錄), 집성목록(集成目錄), 서지(書誌)의 서지(書誌)등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분관적 서지학은 앞장에서 살핀 순수한 의미의 bibliography, 즉 서지나 목록을 뜻하는 것이므로 더 이상의 설명을 부언할 필요가 없으나 종합적인 서지학을 의미하는 종관적 서지학에서는 저자 나름대로의 이론을 전개하고 있어 약간의 설명을 필요로 한다.

도서의 용어, 정의, 성립, 전래의 네 부분으로 구분된 종관적 서지학은 도서의 성립과 도서 의 전래에서 연구방법을 논하고 있다. 그는 도서의 전래는 성립의 연장, 발전이며 도서의 성립 은 전래의 기본이자 원류로서 도서의 생산 측면을 성립에, 완성된 도서의 동향, 즉 그 내력, 분 배 및 소비 측면에서 본 도서의 연구를 전래편에 넣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서의 성립에는 인건적 요소(人件的 要素), 문건적 요소(文件 的 要素), 물건적 요소(物件的 要素)가 있는데 인건적 요소란 도서 생산의 관계자를 말하는 것으로 직접 관계자로서는 저작자, 편자, 역자 및 사본(寫本)의 경우 필사가, 간본(刊本)의 경우 출판자, 발행자 등을 포함하는 것이며 간접적 관계자는 독자, 열람자, 구매자, 판매자 등을 말 한다. 문건적 요소란 문자·문자대용물을 가지고 행하는 기록의 방법 등에 관한 것이다. 예로부터 문자기록의 방법에는 기명(記銘) 각인(刻印)한 것, 쓴 것, 또 판(版)으로 박은 것 등이 있으며 금석학
(金石學),고문서학(古文書學) 등이 이에 속한다.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는 서사(書 寫)한 도서인 사본(寫本)을 들 수 있는데 간본(刊本)은 결국 서사(書寫)의 기계화로 일종의 전래(傳來)형이라 해서 그 항목으로 미루었다. 물건적(物件的) 요소란 종이, 잉크나 붓 또는 펜 등의 서사도구, 활자주조기(活字鑄造機), 각종 인쇄기, 장정(裝訂) 및 그에 필요한 각종 물품 등 물리적이고 형태적인 것을 검토하는 것이다.

도서의 전래는 동적(動的) 전래와 정적(靜的) 전래로 나누어 전자에는 하나의 도서가 전전 (轉傳) 복제되는 과정으로 교수,교감(校讐·校勘), 도서의 간행, 판식, 발행횟수 등 출판에 관계되는 모든 사항을, 후자에는 보존위주 또는 열람위주의 집서(集書), 장서(臧書) 또는 적서(積 書), 독서법, 연구법, 방법학 및 장서인(藏書印), 장서표(藏書表) 등 일체의 정적인 면을 말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를 간략히 도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종

관

적

서

지

학

도서의 성립(생산측면)


  • 인건적 요소:저작가, 편자, 역자, 사본필사가, 간본출판사, 발행자

  • 문건적 요소:문자, 문자대용물을 가지고 하는 기록의 방법

  • 물건적 요소:형태적, 물리적 부분:종이, 잉크, 붓, 펜 등의 서사도구, 활자주조기, 각종 인쇄기 등

도서의 전래(동향,내력, 분배, 소비)

　
  • 동적 전래:교수(勘) 도서의 간행, 출판에 관계되는 모든 것 (판식, 발행회수 등)
  • 정적 전래:제판 및 인쇄의 종류, 양식 등 도서의 수집, 집서, 장서, 적서(積書) (보존위주, 열람, 독서법, 연구법, 방법학 등,장서인, 표(表) 등 정적인것)


분관적
서지학

-목록

  • 개별목록

  • 집성목록
  • 서지의 서지


이상의 소견산수해의 서지학(書誌學)의 내용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다소의 오류나 산만성, 용어의 전근대성이 지적되기는 하나 서지학이 다룰 수 있는 모든 면을 상세히 나열하고 있어 서양의 방법론이 도입된 초기 저작으로서는 물론 현 시점에서도 상당한 수작(秀作)으로 평가 받을 만하다.



본인의 것을 제외하고 서양의 연구방법을 정리한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것으로는 천혜봉의 연구를 들 수 있다.(千惠鳳, 1968.1, pp. 5-15 ; 千惠鳳, 1991) 그는 서양과 동양의 각종 서지학 의 체계를 나열하고 원문서지학 (原文書誌學, textual bibliography), 체계서지학(體系書誌學, systematic bibliography), 형태서지학(形態書誌學, material bibliography)으로 3분하여 결론 짓고 체계서지학은 재래의 목록학(目錄學)이 형태서지학은 판본학(板本學)이, 원문서지학은 교감 (수)학(校勘(讐)學)이 각각 해당된다 하였다.

영어에서 도입된 위의 용어들은 뒤에 다시 나올 것이므로 여기서의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이상 대표적으로 간단히 살펴본 두 연구는 서양의 연구방법을 도입한 것이므로 동양에서 의 전래적인 연구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동양 전래의 것으로는, 오늘날의 서지학 처럼 총체적인 접목이 안 되고 일관된 연구가 행해지지 못해 단편적, 또는 분파적이기는 하나 교수 ·교감학(校讐·校勘學), 목록학(目錄學),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 논의된 판본학(板(版)本 學)의 성립을 들 수 있다.(千惠鳳, 1991, pp. 17-67 ; 長澤規矩也, 1960, pp. 7-14.)

동양에서의 서지학적 연구는 역시 중국에서 시작되었는데 그것은 원문 (텍스트)의 교정에 서 비롯되었다. 전한말(前漢末) 성제(成帝)의 하평(河平)3년(BC26), 궁중 장서의 교정의 칙명을 받고 유향(劉向)이 널리 천하의 여러 다른 책(異本)을 구하고 이 모든 책을 서로 비교하여(對 校) 고전 본문의 정확을 기하게 된 데서 교수·교감학(校讐·校勘學)이 탄생케 된 것이다.

그는 또한 1부의 도서의 대교가 끝날 때마다 목록 및 해제를 만들었는데 이 해제를 모아 유향(劉向)의 서록(敍錄)이 이루어졌으며 향(向)의 아들 유흠(劉歆)은 아버지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서록(敍錄)을 모아 칠략(七略)이라는 서목(書目)을 만드니 이것이 곧 목록학(目錄學)의 시초인 것이다.

교수 교감학과 목록학은 이렇듯 비슷한 시기에 생긴 것인데, 여러 전적들을 수집하여 각 종류마다 문자의 다르고 같은 것을 조사하고 원본에의 정확한 복원을 시도하는 교감학에 대해 교수학을 경우에 따라 광의로 해석하여 학문의 연원, 학파의 유별까지 연구해야 하는 것으로 단순한 서목의 나열만이 아닌 고서의 원류진위(源流眞僞)나 전래집산 (傳來集散)까지도 조사해 야 하는 목록학과 동일시하는 것은 이 두 분야가 바로 비슷한 시기에 서로 이어져 이루어진 이유때문이 아닐까.

어찌 되었건 교수·교감(校讐·校勘), 목록(目錄)이 전한말(前漢末)에 이루어짐으로써 동양에서의 서지학이 성립되기는 하였으나 막상 학(學)이라는 용어가 붙게 된 것은 청조(淸朝)에 이르러서 였다.

청조 건륭(乾隆)무렵 유명한 사학자 왕오성(王烏盛)은 십칠사상권 (十七史商權 )초입 부분에

目錄之學 學中第一緊要事 必從此問塗
方能得其門而入 然此事 非苦學精究
質之良師 末易明也

라고 하여 목록의 학문은 학문을 하는데 가장 긴요한 일로서 반드시 이에 묻고 따라야만 제대로 그 들어갈 문을 얻는다고 했으니 한편의 작은 논문을 쓸 때도 우선 참고자료를 모아 목록을 작성하는 오늘의 현상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여기서 목록학(目錄學)이라고 쓰인 것은 아니지만 목록(目錄)과 학(學)의 한자 3자가 포함 되어 이것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여진다(倉石武四郞, p. 1). 그는 그러나 목록의 학이 학중 (學中)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외에 연구방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말하고 있지 않아 역시 학 문적 근거로는 불충분한 것이라 하겠다.

반면, 북경어로서의 판본학(版本學)은 금세기에 이르러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상 이 분야의 개척서는 葉德輝의 書林淸話(1911)이나 동(同) 용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었고 정확히 판본학(板本學)의 3자*가 나오게 된 것은 屈萬里·昌皮得 공저의 圖書板本學要略 (臺北, 中國 文化出版事業委員會, 1956)이다. 수종의 이 분야를 다룬 제목에서 볼 때 版本과 板本은 혼용 되다가 50년대 중반부터 板本學으로 고정된 듯 하다.

판본학(板本學)에서 다루는 것은 한마디로 도서의 물리적인 형태의 분석적 연구이다. 즉 간·사본(刊·寫本)의 형태적 변천과정, 장정(裝訂), 판종(版種), 판식(版式), 자체(字體), 지질 (紙質), 조판(雕板), 활자(活字)등 지적(知的) 매개체로서의 도서가 아닌 물리·물질·형태적인 측면을 연구하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에서의 이상의 3분야의 개념과 과정에 대해서는 천혜봉의 연구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으므로 이를 참조하기 바라며(千惠鳳, 1991) 다만 이 연구에서 판본학을 형태서지학(形態書誌學)으로 부르는 것은 자생적 용어일 경우 설득력이 있으나 영어권에서는 현재 material bibliography 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material bibliography의 번역어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밝힌다.

어찌 되었건 교수·교감학이 원문서지학, 목록학 체계서지학, 판본학이 분석서지학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요컨대 비록 학적 방법론의 부재로 현재 동양에서 의 연구 수준이 서양에 크게 못 미치고 전근대적인 용어에서의 차이를 보일 뿐 인류의 각 문화권은 설사 교류가 없다 해도 비슷한 경로를 스스로 거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 이주일의 복습 및 심층연구 *

전문용어로서의 keyword가 될 용어들을 뽑아서 용어해설로 정리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