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교회활동으로서의 도서관 운영은 역사가 그리 긴 것은 아니다. 중세 교회나 수도원의 도서관이 도서관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대단한 것이지만 이는 수사나 신부들의 교육이나 학문활동을 위한 것이지 외부인에게 공개되지는 않았었다. 또 책을 만들어 내는것이 너무 비싸고 힘이 들어서 서책의 물리적인 가치가 내용적인 가치 못지 않게 귀했던 그 시대에는 교회도서관의 장서는 필사의 원본으로 외부에 대여하여 수입을 올리는 수입원인 자산으로 간주되어 외부인의 접근이 엄중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17 세기 로마에서 아우구스틴 수도원이 도서실을 일반에게 공개이용 시켰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구미 여러나라의 교회에서 어떤 형태이건 외부인이 이용할 수있는 도서관시설을 만들고 본격적인 도서관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온 이 후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교회도서관은 사무실 한구석의 몇권의 참고도서가 성직자들이나 목회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것에서 시작하여 신자들의 교육이나 교양 독서를 위한 작은 장서로 정착되여 이용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시작된 장서가 기독교전문도서관으로 발전한 예도 있지만 그것은 교단본부의 의도적인 계획이나 어느 독지가의 기부등의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의 경우이며 일상적인 교회활동으로서의 도서관운동과는 별개의 것이다.

모든 교회활동이 그렇지만 특히 교회도서관 운동은 시작부터 사명감이 강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이루워졌다. 모금과정부터 실제 장서의 수집, 운영이 모두 자원봉사들의 열성으로 시작되어 교회활동의 중요한 부분이 되자 교회에서도 얼마간의 예산지원을 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는 교단본부에서 교회도서관의 운영을 교회사업으로 지도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남부침례교는 1920년대부터 교단본부에서 활발한 교회도서관 사업을 벌려 전국의 교회에서 도서관을 만들고 교인들을 위한 봉사를 하도록 지침을 제시하고 여러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전문인력은 은퇴한 전문사서나 가정주부중에서 사서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의 자원봉사로 충당되고 있다. 현재 이 교회도서관 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크고 작은 교회가 15,000개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그들의 규모는 500권에서 2,000권의 장서를 운영하는 정도이다.

공공도서관의 분관이 동네마다 있어 주민의 교양독서나 오락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요즈음에 와서는 모든 생활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교회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 제공하지 못하는 교회관계의 자료를 제공하거나 도 다른 교회활동을 돕고 특히 주일학교와 더불어 지역사회주민을 교회로 끌어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같이 지역사회 주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 귀한 실정에서 교회가 작은규모로라도 장서를 구비하여 동네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교회의 지역사회봉사로 뜻있는 일이며 선교의 효과도 클 것이다. 또한 요즈음에 와서 교회나 성당에서 주일학교 뿐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성경대학이나 노인대학, 주부교실등의 지역사회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많다. 이런 프로그램과 병행하는 도서실운영은 바람직한 교회사업이다.

도서실을 운영하려면 우선 큰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회의 도서실은 독서공간제공보다는 필요한 자료나 읽을거리의 제공이 우선이므로 따로 방이 없이도 사무실이나 회의실, 또는 현관의 한구석에서라도 벽에 서가를 놓고 카운터를 설치하고 시작할 수 있다. 요즈음은 곳곳에 현대식 교회나 성당건물이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대개 내부구조도 관혼상제의 인간대사를 치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런 건물에서 방하나에 도서실을 꾸미고 그것을 다목적으로 여러모임에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또 우리나라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주부들의 자원봉사열의가 차차 높아지고 있으므로 교회측에서 새로운 인식을 가지고 교회의 지역사회봉사의 하나로 ' 한교회에 도서실하나 운동'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교회도서실에는 어떤 자료를 어느 규모로 구비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는 교회의 규모나 재력, 시설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교회도서관은 지역사회주민을 위해 있는 것이므로 이용이 높은 작은 규모의 장서를 유지 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형편에서는 몇백권정도에서 많아야 천여권으로 크기를 제한하고 그 대신 이용이 활성화되도록 최신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는 계속적으로 묵은 자료를 폐기하고 새로운 자료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교회의 신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주소와 신분이 확인되면 자료이용은 물론 대출까지도 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어야 하며 주일은 물론 평일에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한다.

자료구성에 있어서는 아주 기본적인 참고도서류, 즉 일반 백과사전 및 사전류, 종교백과사전, 성경주해, 성구사전, 종교단체명부등을 최소한으로 최신성있게 구비하고는 나머지는 일반인들이 빌려내다가 읽을 수있는 여러분야의 교양서적을 중심으로 집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새 와서는 많은 가정에서 녹음기나 비디오시설을 갖고 있으므로 교회도서실에서 시청각자료를 취급하는것도 필요하다. 설교나 성가 녹음 테이프뿐아니라 명화의 비디오를 수집하여 대출시키면 이용도도 높고 또 이런것을 통해 도서실의 다른자료나 도서실의 일에도 관심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교회자료실의 자료내용에 대해 자체내의 검열이 당연히 있어 왔다. 종교인들은 자신의 종교에 대해 확신을 갖기 때문에 다른 교파나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생각을 갖기 쉽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여러종교, 여러종파가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염두에 둔다면 확신있는 종교인은 다른사람에게 관대한 이해를 갖어야 한다. 특히 일반신도들의 교육정도가 날로 높아가기 때문에 다른종교에 대해 배우고 비교함으로써 더욱 확고한 신앙을 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도서관은 기독교관계자료 이외의 것도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다른종교에 관한것까지도 장서에 포함시키는 아량이 필요하다.

교회나 성당에서는 어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신도들의 특별한 도움을 청하게 된다. 도서실을 시작한다고해서 '한사람이 책한권바치기 운동' 같은 것을 할 수도 있겠으나 이때에 유의할 점은 책한권값을 헌금하도록 해야지 집에서 보지않는 책을 교회도서관에 기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장서의 선택은 처음부터 전문성을 가춘 사서가 계획적으로 해야만 유용한 도서실의 구실을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바와같이 우리나라에서는 교회가 도서관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작한다면 지역사회봉사로서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부분적으로나마 대행할 수 있고 또 이것이 자극이 되어 공공도서관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깨우치는 힘이 될 수 있다. 곳곳에 있는 수많은 교회의 시설과 신도들의 열성, 자원봉사로 얻을 수 있는 고급인력을 잘 동원하면 마을마다 작은 도서관을 갖게 되는 것이 불가능 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나 작은 시작이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