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과 2000년은 무엇이 다른가? 20세기와 21세기는 어떻게 다를 것인가?

인류의 기원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물리적으로 똑같은 속도로 흐르는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인간은 유구한 세월을 생활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역사의 기록에서 인류의 생활이나 생각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몇가지의 사실을 들며 그들의 상대적인 영향력을 비교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각자가 겪은 그 시대의 변화가 가장 크고 충격적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도 그 예외가 될수는 없는 것인가?

20세기 마지막 사반세기동안에 나타난 많은 새로운 기술, 사회적 변동이 21세기를 전혀 다른 시대로 만드는 것 같은 선전에 우리는 너무도 세뇌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결합이 우리 사회의 모든 생활방식을 바꿔놓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찍이 육체적인 힘의 한계를 기계와 동력으로 극복한 인간은 두뇌의 능력을 컴퓨터로 확대시켰다. 많은 부문에서 지리적인 거리의 장애는 이미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며 감각에 직접 호소 전달되는 표현방식인 멀티미디어는 인간의 의사소통의 능력을 말할 수 없이 향상시켜 주었다. 디지털 매체의 정보축적, 전자통신거래, 원격조정등이 지구를 하나의 일터로, 학교로 또는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분명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적으로 본 다른 변화, 즉 활자의 사용이나 동력의 사용 등도 당시로서는 그 나름대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인 변동을 가져왔다는 것을 상상을 할 수 있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더 많은 인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과 변화의 파급효과가 단시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충격이 좀 클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어쨋던 우리가 겉으로는 많은 변화를 겪으며 살아 온 것 같지만 인간 원래의 모습이나 사는 방법이 근본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 세상에는 변할 수 있는 것보다는 변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사람이 사이버세계에서 아무리 많은 일을 일어나게 할 수 있고 그 작업속도를 계속 줄일 수 있지만 물질과 관계되는 일에서의 조건이나 인간이 가진 생물체로서의 욕구와 조건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는 엄연한 사실이 인간을 인간으로 남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려면 일정량의 영양소가 필요하며 아무리 서두러도 일정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 지력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일정기간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 아무리 전자상거래가 순간적으로 성립이 되어도 상품을 배달하려면 실제로 물건이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은 변할 수 없는 인간과 물질과의 관계, 인간과 시간의 관계를 말해 준다.

인간이 가진 감성은 또 어떤가? 아무리 사이버세계에서 상상력을 통한 대리만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컴퓨터 채팅으로 상한 마음, 외로운 마음을 위로받고 감동이나 감화를 받는다고 해도 인간성의 만남, 육체의 접촉이 없이 인간은 살맛을 못느낄뿐 아니라 종족보존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

요지경의 사이버 세계가 사람들을 현혹시켜서 현실세계의 물질적인 조건이나 우리의 인간적인 조건이 달라지는 것 같은 착각을 하는 사람일수록 21세기가 특별히 다를 것 이라는 기대를 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도 인간사회의 양상은 별로 큰 변함없이 100년동안 시간의 연장선상을 흐르다가 우리의 후손들은 22세기를 맞으면서 또 한차례 의 법석을 떨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