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문화라고 하면 자동차를 일용품으로도 쓰고 사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에서 사람들이 반응하는 정신적인 자세와 행동양상을 의미하므로 간단히 정의하기가 어렵지만 자동차를 사용하는데 있어 제대로된 주관을 가진 사람을 자동차문화인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이의를 가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자동차 문화인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일까?
내가 생각하는 자동차문화인이란 첫째로 자동차를 더도덜도 아닌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차의 종류나 값을 자신의 현시용의 수단이나 남의 인격이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로 삼지않고 따라서 자동차는 어디까지나 각자의 생활의 필요와 분수에 따라 선택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믿는 사람이다. 둘째로는 자동차를 사용하는데 있어 그 사회가 정해 놓은 여러가지 법규를 지켜서 안전운행을 할 뿐아니라 같이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아는 사람이다. 자동차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는 많지만 아직도 우리 주위에 자동차 문화인은 별로 많이 못함을 느끼게되는 일이 운전을 하다보면 종종 생기게 된다.
얼마전에 무슨 모임이 있었다가 헤어지면서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가는 점잖은 교수 한분을 태워 드리게 된 일이 있었다. 그분은 차에 오르시자 진담반 농담반으로 자기는 될 수 있는데로 여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지 않는데 그 이유는 여자의 운전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여자가 운전을 하게되면 기동성이 너무 생기고 따라서 설치고 다니게 되는것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으나, 나는그분이 그런말씀을 하시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 따라서 웃기만 했다.
좀있다가 그분은 차안을 둘러 보더니 〈이런차는 얼마나 합니까? 이게 H사의 S차보다 쌉니까?〉 나는 이번에도 웃으면서 〈글쎄요, 자세히는 모르겠는데요〉하고 얼버무렸다.
나는 운전을 할때 내자신이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할 뿐 아니라 내차를 타는 승객이면 앞자리에서만이라도 벨트를 하도록 권한다.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상당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을 여러번 경험하였기 때문에 나는 이분에게 자신이 없었지만 벨트착용을 말씀드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나는 비행기를 타고도 안전벨트를 안매는 사람입니다. 왜 사내대장부가 이런 기계에게 신체적인 속박을 받아야 합니까? 사고나면 죽기 밖에 더 하겠어요?〉 나는 속으로 난감해지기 시작했고 겉으로도 이 이상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아, 옛날에는 어느 선비는 아침마다 세수를 할때 사내대장부가 세수대아에 머리를 숙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뻣뻣하게 서서 세수를 했다는데요〉그 분은 자신의 무지한 오기가 양반전통의 수호라도 되는듯 옛날 얘기에서 고증을 하려들었다. 〈가난한 선비가 매일 갈아 입을 옷도 없었을 텐데 세수를 할때마다 옷을 젹서 놓으면 마나님이 바가지깨나 긁었겠네요. 점잖은 양반이 하잖은 아녀자에게 지청귀를 듣는 것이 더 큰 인격모독이었을것 같은데요〉이쯤 와서는 내 속에서도 장난기가 발동하기 시작해서 다시 웃음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잠시 속으로 각각 상대방을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 마주 보고 웃었는데 그게 어색하였던지 그분은 주섬주섬 양복 속주머니에서 답배갑을 꺼내면서 라이타 스위치를 누르시는 거였다. <죄송하지만 이차는 금연차인데요. 제가 담배연기에 심한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내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이분은 불쾌한기색을 역력히 내보이면서 다시 담배갑을 집어 넣더니 거의 신음하듯이 〈선생님은 자신과 주위사람을 참 살기 힘들게 하시는군요> 하시는데는 너무 어이가 없어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일단 대화가 끊어 졌지만 나는 그분이 속으로 하고 있을 말들이 너무도 똑똑하게 귀에 들어 오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여자가 운전하는 주제에 말까지 많구나. 내가 다시는 네차를 탈까보냐. 재수되게 없네..〉
목적지에서 나는 이분을 내려드리고는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기회있으면 또 모시겠습니다〉 하고 애교있게 웃어드렸지만 속으로는 나도 다신 태워주나 봐라. 재수 되게 없네..〉 하면서 공연히 페달을 세게 밟어 화풀이를 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약이 올라 난폭운전을 했으니 나도 별로 자동차문화인은 못되는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