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인종전시회장같이 여러나라 사람들이 섞여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어느 국제 공항에서도 이제 한국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보통일이 되었다. 물론 비동양인들에게는 중국사람, 일본사람, 한국사람이 다 그냥 오리엔탈이다. 우리가 서양사람을 보면 다 코쟁이로 보이듯이.

그러나 별로 관찰력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꽤 거리를 두고도 한국사람을 알아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아직도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어울려 파묻히지 못하고 눈에 띄어 거슬리는 행동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해외나드리 공부 십년동안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한국여행자들의 부정적인 특징을 요약해보는 것이 개선을 위한 기초작업이 되지 않을까?

첫째, 한국사람들은 공공장소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다. 낫선 땅에서의 불안감때문인지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일행중 누가 잠시라도 안보이면 '아무개야...' 하고 소리를 지르며 부르고 막 뛰어다니며 찾는다. 그러다가 바로 옆에서 만나면 또 십년이나 떨어져 있던 사람들같이 서로 붙들고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른다.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아무리 큰소리로 떠들어 봤자 누가 알아듣고 시비할 것도 아니니까 그런지 어떤사람들은 외국 사람들을 공공연하게 우리말로 흉을 보고 욕지거리까지 하는 것은 우리끼리도 얼굴이 닳아 오르게 한다.

둘째, 한국 여행자들은 보따리가 크다. 몇단계로 쟉크만 풀면 끝없이 커지는 소위 이민가방이라는 것도 날이 갈 수록 단계가 많아지고 크기도 커진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때 누가 여행을 간다면 부러워서 '가방속에 넣어서라도 데려가 주세요' 라고 조르던 농담도 실현될 만큼 사람 두엇은 족히 들어갈 것이다. 바퀴가 없으면 꼼짝도 못할 무게의 짐 때문에 항공사 직원과 실갱이가 자주 생긴다.

셋째, 한국사람들은 한줄로 줄을 설 줄 모른다. 출입국 절차나 세관조사에서도 이상하게 무더기로 엉켜서 바짝 바짝 붙어서 있다. 새치기를 많이 당해보아서인지 조금도 비집고 들어설 공간을 아예 없애는 것이다. 서양사람들은 남과의 일정 거리는 개인권에 속하는 것이므로 실수로 몸이 닿아도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데 우리는 언제나 남을 몸으로 밀치고 부딛히는 것은 예사이다. 특히 공중전화나 현금자동인출기같은 남에게 내용을 알리기 싫은 공공기물사용에서도 차례를 기다릴 때 너무 가까이 서있어서 사용 자가 개인권을 침해당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넷째, 한국사람들은 성질이 급하고 참을성이 없다. 가게에 들어가서 점원이 다른사람을 상대로 하고 있어도 중간에 끼어 들어 무안을 당하기 일쑤이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릴때 차도에 내려서 있는 사람들은 영락없이 한국사람들이다.

몇년전 대만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횡단보도신호등에서 모두 같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호가 바뀌자마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백미터 경주나 하는 사람처럼 튀어 나가 하마트면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 했다. 뒤를 돌아보니 만만디의 중국사람들은 아직 차도로 내려서지도 않은채 이미 길가운데까지 뛰어나간 이 급한 한국사람을 딱하다는 듯이 구경하고 있었다. 나도 별 수없이 내안에 흐르고 있는 조급한 한국인의 피를 확인하는 순간이였다.

개인이 다 다르고 개성이 있듯이 어느 두나라의 국민들도 같을 수가 없다. 그러나 여행중에는 전세계의 공공장소를 같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질서를 지켜야 한다. 그 위에 여행국의 특정 관습이나 예절을 배우고 존중한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우리는'어글리 코리언'의 지탄대신 좋은 친구로서 환영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작은 노력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달리한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고 다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