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국제화,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국제인, 세계인이 되어야 한다. 일반국민들이 외국유학이나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여 외국의 문물을 접하는 것이 어려웠던 그 옛날에는 외국을 왔다 갔다 하던 사람들은 우리사회에서 특권계층이었다. 교육정도로나 맡은일의 중요성으로나 어느분야에서 일을 하던간에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언어의 숙달도, 행동거지의 세련도, 일의 전문성을 갖춘 극소수의 엘리트들 이었다. 그러므로 우리사회에서는 '국제신사', '국제통'이라는 말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국제 사회에서 일류시민의 노릇을 할수 있는 사람을 지칭하였다. 그들에게 국내 일류시민보다 한차원 높은 등급이 매겨지는 것을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은 어느틈에 딴판으로 바뀌어서 이제 우리 국민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디라도 여행을 하거나 유학을 하거나 일을하며 살 수 있고 또 그렇게 살아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보고 배우고 같이 일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신사도 국제 국내가 구별이 없어진 것과 같이 모든 사람에게 세계시민으로써 단일 등급체계를 매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사회에서 일등시민이면 국제사회에서 일등 시민이고 국내사회에서 삼등시민이면 국제사회에서도 삼등시민인 것이다.

시민의 등급을 매기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소득수준, 교육정도, 직업같은 가시적이고 계량적인 기준을 가지고 시민의 등급을 매기는 것은 우선 그것이 쉬운 방법이기도 하지만 우리사회에 은연중 만연해 있는 교육정도, 생활수준, 직종의 연결 등식의 가정을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분석적이고 물질적인 기준보다는 더 근본적인 방법은 개인의 의식수준에 따른 등급일 것이다.

폐쇄적인 혈연사회에서는 자신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가족이나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 의 울타리에서 모든 것이 이루워졌으므로 그 구성원들은 타지역의 남의 것을 침범하거 나 빼앗어서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 생각하는 것이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이기는 길 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평화적이고 인도적인 세상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 주어진 것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살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내집만, 우리동네만 깨끗하면 되는 것이니까 쓰레기나 공해물질을 남의 땅에, 남의 강에 버리는 사람들, 옆의 나라가 좀 못산다고 그나라 사람들을 데려다가 짐승같이 부리고 착취하는 사람들은 삼등시민이다. 타지역의 극심한 가믐이 때문에 식수의 위협을 당하고 있는데 우리가 당하지 않은것만 천만다행이라고 흥청망청 물을 써대는 사람들, 남의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굶어 죽어 가고 있는 보도를 생생하게 보면서도 나 몰라라하고 음식을 낭비하고 쓰레기로 버리는 사람들은 이등시민이다.

일등시민은 멀리 보고 넓게 생각한다. 자신과 가족보다는 인류를 생각하고 지역의 환경보다는 지구의 환경을 생각한다. 지금 당장보다는 계속되는 시간선상에 연결된 미래를 생각한다. 모든자원은 내것, 네것이 아닌 우리의 것, 환경은 칸을 막을 수 없는 하나의 큰 테두리임을 인식하면 너와 나의 지혜로운 공존밖에는 다른 생존방법의 미래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희생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더 크게 더 길게 더욱 현명하게 챙기는 길이다. 인류전체, 지구전체를 우리와 우리의것으로 생각할때 우리는 세계의 주인의식을 가진 일등시민이 되는 것이다. 세계의 일등시민을 갖지 못하고 우리가 세계화 계획을 실현할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