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분께 "아주머니 영어도 모르시면서 답답하시고 어려우셨을텐데 용케도 나다니셨네요." 하니까 그분의 대답이 기상천외인 것이다. " 아, 내가 답답할일이 뭐있어? 내말 못알아듣는 양놈들이 답답하고 어려웠을테지. 나야 뭐 마음편하게 구경 참 많이 했네. 말이야 짐승들도 웬만큼은 알아 듣는 것이니까... 그래도 신기한게 아주 급하면 좀 통하기도 하더라고. 정말 짐승보다는 좀 낫더라고..."

인간이 모두 자기중심적이라지만 이분의 배짱 정도라면 이것은 가히 자기중심의 극치 라고 할 수있다. 만약에 이분이 십년만 젊은 분이었다면 외국여행이란 그런 마음가짐으로 해서는 안되고, 어쩌고 저쩌고하는 내설교가 또 나왔을텐데 이분의 여행이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시고 또 당신나름으로는 미국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을 정도로 샅샅이 보고 오셨다고 믿고 계시니까 나는 입을 다물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말이란 뜻이 있는 소리이다. 그러나 그 뜻이 공통적으로 이해가 될때에 그 소리가 말이 되는 것이지 그렇지 못할 때는 소리에서 끝나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외국어는 우리에게 잡음일 뿐이다.

동물심리학자들은 지능이 비교적 높은 짐승들의 의사 전달방법에서 언어같이 공통적인 의미가 있는 소리가 있음을 알아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구상에서 인간같이 언어를 구사하는 동물은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같은 언어를 쓴다면 얼마나 편리할 것인가? 우리들의 공부중에서 남의 말을 배워야하는 부담이 없다면 모든것이 얼마나 쉬울 것인가. 오죽하면 에스페란토같은 인위적인 언어를 제창하기까지 했을까?

언어란 어느 부족이나 민족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오랜시간에 걸쳐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각 언어는 그사람들이 살아온 자연환경, 해먹고 살아 온 생업과 연결된 사물과 정서, 사고를 통해서 계속 변화하고 자라면서 풍요로운 표현력이 확장 되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언어란 한민족의 고유한 생활을 총체적으로 표현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어느 두 언어도 포개놓은 듯이 완전한 번역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즉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나라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배우는 결과가 된다.

온 세계가 하나의 촌락같이 가까워진 요새 세상에서 공통언어는 국제무대에서 동등하게 일하는데 필요한 기본도구이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의 말을 배워야 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약소국이 강대국의 언어를 배워야 했기 때문에 약소국은 언제나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문화적 식민주의의 전초라는 편견을 갖게되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같이 지리적으로 외진곳에서 옛날부터 폐쇄적으로 살아온 나라의 국민은 방어적인 정신자세가 외국어를 적극적으로 배우는데에 장애요인이 되어 왔다.

국제화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인식이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요즈음에도 조기 외국어교육이 국어교육을 방해하고 민족의 자주성을 흐리게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외국어 교육은 어려서 시작할수록 효과적이고 특히 언어에 소질이 있는 아동들에게는 여러나라 말을 한꺼번에 가르치는 것이 상승적인 교육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 여러곳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남에게 대해 우리가 조금이라도 먼저, 조금이라도 많이 배워서 알고 있는 것이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