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인 관광사업이란 여행자들에게 기본적인 숙박시설이나 교통편의 시설을 제대로 제공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여행자들의 정서나 기분을 물심양면으로 잘 마추워주어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그 나라나 고장을 계속 입에 올리게 하여야 한다. 또한 관광기념품이란 그 물건만 보면 그것을 사던 고장과 사던 계기가 환하게 생각나서 여행의 향수를 다시 느끼게 하는 특정 고장의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

크게 나라별로 봐도 일본의 전자제품, 영국의 도자기나 모직물, 불란서의 향수나 화장품, 이태리의 가죽패션제품, 스위스의 정밀기계류, 첵코의 크리스털 등등 선진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이웃나라도 태국의 실크, 인도네시아의 바티크, 인도의 천연석 상감의 대리석제품, 말레시아의 퓨우터제품,중국의 차같이 관광객이면 누구나 사게 되는 대표상품이 있는가 하면 또 한 나라 안에서도 지방마다 특색있는 가지가지 관광상품이 수도 없이 많다.

'한국방문의 해'인 올 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과연 무엇을 우리나라를 기념하기 위해 사가지고 돌아 갈것인가.

창피한 얘기이긴 하나 지난 몇년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상품은 이태원에 넘쳐 흘렀던 외국유명상표의 모조품이었다. 국제간의 지적재산권문제가 시끄럽게 되자 이태원 경기는 썰렁해지고 외국인들도 공공연하게 한국에서의 쇼핑재미는 옛날얘기라고 한다.

우리는 아무도 해적판 디자인의 샤넬 핸드백이 한국의 관광기념품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을 쇼핑천국이라면서 돈을 뿌릴때 쉽게 벌어지는 돈을 싫어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애를 써서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관광기념품을 개발하지 않은 것이다.

국내 관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딜 가나 똑같은 조잡한 싸구려 기념품뿐이다. 목탁, 쟁반, 등긁이, 울긋불긋한 타올, '설악산 관광 기념' 이나 '제주도관광기념'이라는 글씨만 다를 뿐이지 서울 변두리의 공장에서 만들어서 전국 관광지에 다 돌린 것이 뻔하다. 남달리 지방색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기고장을 대표하는 토산품이나 문화상품을 정성드려 만들어내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일본을 여행해 본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어느 시골을 가나 깨끗하고 편리한 기본시설, 싹싹하고 친절한 사람들의 태도, 그 지방이 아니고는 살 수 없는 깜찍하게 예쁘고 신기한 토산물들, 그 곳에서만 맛 볼수 있는 맛있는 음식들, 여행중에는 돈을 아무리 써도 하나도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집에 와서 계산해 보고서야 후회가 들고 그들의 상혼이 얄미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몇해 전에 우연히 여행하게 된 야마가타껜(山形縣)의 산골 기차역에서 사먹은 도시락은 베니하나(紅花)의 색색가지 붉은 색으로 예쁘게 물들인 반찬종류와 병과류가 화려하기까지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 지방을 온통 뒤덮은 주홍색의 엉겅퀴같은 야생화가 그 지방의 풍광은 물론 음식, 의복의 색갈과 무늬를 지배하고 있었다. 태고쩍부터 그 지방에 있어 그 곳 사람들의 생활에 동화되어 버린 이 야생초의 천연물감을 이사람들은 값싸고 손쉬운 화학염료와 바꾸지 않았고 꾸준히 개발하여 그 지방의 고유한 관광상품의 진수로 삼고 있었다.

산골의 농가를 연상케하는 건축양식의 아담한 염색박물관에는 최신 멀티미디어화면으 로 베니하나의 이용을 아름다운 영상예술로 보여주고 있엇으며 나염 작품 전시도 어느 도시의 미술관 못지 않게 세련미가 있었다.토산물가게의 염직물로 만든 수공예품이나 과자종류, 야채절임종류는 깔끔한 주민의 정성이 그냥 보이는 것이었다.

천혜의 자연이 전통적인 주민의 일상생활에 순수하게 배어 있어 그 고장만의 풍취가 분위기에서 느껴지면 관광객은 본전생각이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