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불공평한 말씀이 어디 있어요? 어머니 세대는 계속 새로운 재미를 다 맛보시고 우리는 다 뻔한 것만 가지고 지루하게 평생을 어떻게 살라고요?' 웃음기는 있었지만 정색을 하고 그 애는 반박하였다.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생활을 직접적으로 바꾼 기술의 변화는 정말로 따라가기 숨이 찬 속도였고 계속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세대들에게는 문맹이라는 의미가 단순히 문자를 해독하고 기본적인 셈을 할수 있는 능력을 가추지 못한 사람, 즉 일상의 사회생활을 하기에 불편한 사람을 뜻하였다. 서양에서도 기초국민교육을 3R 즉 Reading, wRiting, aRithmetics로 요약할 수 있었던 단순한 시대가 있었다.

의무교육의 덕분에 문자해독이나 기초 산술을 못하는 문맹은 멸종되었거나 아주 희귀생물이 된 오늘날 모두가 불편없이 사회생활을 영위해야 할것인데 어떻게 된셈인지 새로운 문맹의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정보문맹, 컴퓨터문맹, 기계문맹 등등, 아무리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도 이런 여러가지 특정적인 이름의 문맹중 적어도 하나에 자신이 포함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또 새로운 문맹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 것인가.

문맹이란 자기가 우선 답답하겠지만 남에게도 폐를 끼치게 되어 원만한 사회생활에 지장이 많다. 그러므로 끝까지 버티다가 할 수없이 밀려서 문맹을 면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태도로 남보다 먼저 새로 나오는 것을 배우는 것이 심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더 쉽다는 것이 젊은 시절의 내 주장이었다. 그러나 어디 이게 끝이 보이는 일인가. 더구나 나는 평균이하의 機械痴인것을...

미국에 유학한 덤으로 운전은 남편에게서 젊어서 배웠다.그러나 그것도 결코 쉽게 배운것은 아니었다. 전무후무하게 심하게 싸워서 하마트면 이혼할 뻔한 위험부담까지 지고 겨우 배웠다. 직업이 교수인지라 글쓰는 일이 본업의 일부이므로 남들보다 늦지 않게 원고지를 면하고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시작한것도 물론 사십이 훨씬 넘어서였다. 임금이 높아져서 집에 일하는 사람을 상주시킬 수 없게 되자 전화자동응답기를 놓았다. 정말 이것만은 하기 싫었던 것이 내 자신이 남의 집에 전화했을 때 두번 기계를 거친 비특정대상에게 부자연하게 말하는 녹음에 대고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즉각적인 연결의 압력으로 아직 별 득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PC 통신에 가입을 했다. 얼마전 부터는 사람들이 왜 팩스를 집에 설치하지 않느냐고 성화를 대고 있다. 또 요즈음에는 길이 너무 막히니 차안에 갇혀 있는 시간이 많아져 카 폰이나 이동전화기를 갖고 다니라고 권하지만 이것만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집이나 사무실에 있지 않은 시간 까지 보이지 않는 선으로 남이 나를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면 나는 어디로 도망을 가서 나만의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이 세상은 나의 참견이 없이도 아무 지장없이 잘 돌아 갈 것인데.

끝도 없는 경주에 다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우리는 나이에 따라, 하는 일에 따라 자신이 선택한 한두개의 특정분야에서 문맹임을 부끄러움이 없이 선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차피 각 세대는 그들이 사는 시대와 환경의 산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