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立志傳적인 개인이나 국가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자기들의 고생을 떠들고 엄살을 부리거나 내세우고 잘난척을 하지 않는 것인듯하다. 떠버릴 시간이나 에너지를 그저 묵묵히 일에 바쳐 내실을 기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에 북구를 여행하면서 핀랜드에 갔을 때 바로 이런 '입지전적인 국가'를 보고 참으로 감명 깊었다.

지리적인 위치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으면서 이 사람들은 인종이나 언어의 원류가 스칸디나비아 3국과 전혀 다른 우랄계통이라 아시아쪽에 오히려 가깝다. 오랫동안 스웨덴의 통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북구인들과 별 차이가 없이 금발에 흰피부, 장신이 많지만 가만히 보면 눈매나 높은 광대뼈, 넓은 얼굴등에서 몽골의 흔적을 쉽게 볼 수 있다. 더구나 아이들이 와글와글 떠들며 지나갈때의 말소리나 무심히 들려오는 유행가 노랫말이 꼭 우리말 같이 들리는 것이 신기해서 참으로 本은 속일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헬싱키에 착륙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전 국토가 진녹색의 레이스천으로 덮여있는것 같이 삼림사이 사이에 호수가 반짝여서 물위에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것 같이 아름다웠다. 헬싱키 시내도 장난감 모형도시 같이 작고 깨끗하게 보였다. 전국토가 한반도의 1.5배 정도, 인구는 14분의 1(500만)로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몇째로 낮은 나라이고 위치나 자연조건만으로도 여러가지 특수성을 지녔다. 지정학적으로 보아도 타민족인 스웨덴과 접해 있어 600년 이상 속국 노릇을 했고 얼마 전 까지도 초강대국이었던 소련과 가장 긴 국경을 가진 작고 힘없는 나라였다.

어느 약소민족치고 지금까지 살아 남아 오면서 고생안하고 한맺힐 일 당하지 않고 그 명맥을 이어 온 민족이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만 이나라도 전혀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2차세계대전중 소련과 5년간(1939-44) 독일과 1년(1944-45)여의 전쟁을 치루고 나서 당한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소련은 패전국인 핀랜드에게 누가 보아도 이나라가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액수의 전쟁보상금을 요구했다. 물론 소련자신도 그것을 알고 핀랜드를 영원한 빗쟁이로 만들어 놓고 마음대로 괴롭힐 심산이었다. 그러나 핀랜드는 그 어마어마한 빗을 기한내에 갚아서 소련에게는 실망을, 전세계에게는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그 일의 주역이었던 지금의 50대 이후의 중노년층은 추위와 허기를 이겨가며 일을 했으며 집단 영양실조로 다리나 허리가 휜것을 훈장같이 생각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이 나라사람들은 그저 눈딱감고 생각없이 때운 고생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이 다른 나라와는 다른 점이었다. 소련에서 요구하는 다량, 다종의 생필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기계기술뿐아니라 디자인기술을 연마하였고 자본주의의 효율적인 생산업체경영을 착실하게 실습하였던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모두가 가난으로 평등할때부터 착실한 사회보장제도를 시작하여 기회균등의 복지국가를 이룩한 것은 정말로 감동스러운 일이었다.

헬싱키 시내의 건물은 모두 건축예술품이었고 백화점의 제품들이 하나같이 품질이나 디자인으로 일류품이었다. 가전제품, 유리, 금속, 목제품, 섬유제품등이 모두 예술품이었다. 거리의 사람들도 모두 건강하고 표정이 밝은 선진국의 국민들이었다. 한세대의 희생의 댓가로는 참으로 성공적인 것이었다.

여름에는 거의 해가 지지 않고 겨울에는 거의 해가 보이지 않는 이 나라의 기후는 이사람들에게 긴 시간 계속 활동할 수있는 에너지와 긴시간 웅크리고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동시에 체질화 시킨 것일까. 짧은 여름이지만 일조량은 충분하게 받은 야채나 과일도 농축된 진한 맛과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