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보통으로 일어나고 있고 그 때마다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국력의 소모가 말이 아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때마다 언론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不實性을
매도하고 번번히 그 사고는 충분히 예고되었던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는
발등의 불을 끄고 한숨 돌리고 나면 적어도 그 비슷한 또 다른 사고가 터질때까지는
까맣게 잊어 버리고 살아 간다.
예고의 기능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게 하거나 자연재해같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미리 대비하여 적어도 그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고의 기능은 그것을 알아 듣는 사람에게만 유효한 것이지 못알아 듣는 사람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94년 이후 비행기, 배, 기차같은 움직이는 물체가 일으키는 사고도 용서받을 수 없을텐데 더구나 멀쩡히 한 곳에 설치해 놓은 다리나 깨스관, 건물같은 시설물이 고의적인 파괴력을 가하지도 않았는데도 제풀에 주저앉아 버린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납득이 가지 않고 믿을 수도 없는 일이다. 또 이러한 대 참사에서 모든 것이 예고되었던 것을 우리의 '쇠귀'가 알아 듣지 못한 것이라면 앞으로 올 더 끔찍한 사고를 계속 예고하고 있는 소리를 지금도 우리는 못듣고 있거나 못듣는 척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밀집된 도시주거환경에서 입체적인 공간이용을 위한 고층건물이나 생활의 편리를 위한 에너지집약적인 소비행태는 50년전만 해도 생각도 못하던 것들이다. 납작한 단층집에서 땅에 붙어 살때 집이 무너질까 걱정할 일이 없었고 얼어죽지 않을 정도의 난방이나 생쌀을 면할정도의 취사용 장작이나 마른풀은 별신경쓰지 않아도 크게 위험하지 않았다. 제 발로 걸어가지 못할 곳은 갈 생각을 안했고 큰맘 먹은 사람이라도 말이나 마차를 이용했으니 사고가 나보았자 별것이 아니었다. 수천년동안 생활주변에 신경쓸 일이 없이 살던 우리가 단 50년 사이에 겪은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압축저장된 에너지는 엄격한 관리가 없으면 폭탄과 똑같은 파괴력을 갖는다는 것, 속도가 빨라 편리한 교통수단일쑤록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무서운 흉기로 둔갑한다는 것, 고층건물은 단층집 기초위에 그냥 포개놓으면 주저앉을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당해 보고도 실감을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모든 기술문명의 편리를 공짜로 향유할 욕심만 부리지 그것에 대한 엄격한 댓가를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 지불할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더 무서운 인재를 경고하는 소리에 귀를 기우려야한다. 허술한 설계, 시공, 관리는 사고를 자초하는 것, 법이나 규칙을 나만 빠져나가 한걸음 빨리, 편하게 가는 곳은 결국 죽음의 구덩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安全門外漢의 눈으로 봐도 뻔히 보이는 위험이 우리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아무렇게나 주차를 해놓아 소방차나 구급차가 들어갈 수 없는 주택가의 골목길이나 대단지 아파트의 주차장, 삼풍대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막아놓고 창고로 쓰는 대형건물의 비상계단, 신호등이나 교통법규는 아예 무시하고 멋대로 질주하는 자동차나 오토바이같은 눈앞에 닥칠 재난이나 천년이나 썪지 않을 쓰레기를 대량 만들어 내어 아무렇게나 버리고 하천은 물론 지하수까지 오염시키는 우리의 소비생활은 우리의 생활터전을 황폐시키는 훗날의 재난이다. 생활의 안전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없는 국민을 가진 정부는 이제 무서운 형벌, 무거운 벌금으로 엄격한 공권력을 발동해서라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