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평균 수명이 70년을 웃돌게 된 요즈음에 한 세기가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인구의 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아 진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천년대를 일생에 경험한다는 것은 인류 역사상 지구에 살아 온 모든 인구 중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일일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연도개념은 인간이 역사적인 동물로서 논리적 편의상 시대적인 구분을 표준화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다. 세계인 모두의 같은 책력 사용과 연도 표시는 전체 인류역사를 효율적으로 기록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우매한 속성은 편리를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해 놓은 논리나 제도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속박당하고 얽매어져서 그것들에 부쳐진 특별한 의미에 끌려 다니게 되는 결과를 우리는 보게 된다. 그동안 세기말/천년대말을 두고 여러 사교의 지구 종말론이 벌인 집단 히스테리아는 세계적으로 여러차례 보도되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몇 년전에 있었던 휴거소동도 같은 일이다.

과학이 이렇게 발달한 20세기 말에서도 이런 일을 보게 되는데 하물며 몽매한 암흑시대였던 10세기 말, 즉 제이 천년대가 열리던 그때를 우리가 생각해보면 실로 많은 일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예언자나 점성술가들이 얼마나 극성을 부리면서 惑世憂民을 일삼았으며 또 그것을 이용한 교활한 정치세력이나 기득권층이 얼마나 악랄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을 것인가.

요즈음 미국에서 식자간에 유행하는 다음과 같은 우화에서 이 시대의 관심사나 그에 대한 사람들의 자기 중심적인 반응을 볼 수 있어 재미있다.

1990년대에 가장 빈번하게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되는 인물, 즉 빌 클린턴, 보리스 옐친, 그리고 애송이 벼락부자 빌 게이츠가 1999년초에 하느님으로부터 소환을 받았다. 하느님은 그들에게 1999년에 일어날 지구의 종말을 우매한 지구의 백성들에게 알릴 책임을 위임한 것이다. 세사람은 지구로 돌아 와서 이 끔찍한 소식을 전달할 방법을 두고 심사숙고한 끝에 각자 자신의 스타일대로 발표하였다.

클린턴: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께 좋은 소식과 그리고 언짢은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좋은 소식은 내가 하느님을 직접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다음으로 언짢은 소식은 우리는 올해 모두 죽는다는 것입니다.

엘친: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께 아주 나쁜 소식과 괜찮은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나쁜소식은 신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괜찮은 소식은 1999년에는 저 혼자만 외롭게 죽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과 모두 같이 죽는다는 것입니다.

게이츠: 여러분 저는 오늘 아주 신나는 기쁜 소식 두가지를 전하겠습니다. 첫째, 하느님께서 저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세사람중의 하나로 인정하셨다는 것, 둘째 우리는 이 이상 골치아픈 Y2K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