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곤 바닷가의 작은 마을에서 몇 년전에 우리가 묵었던 민박집 주인 내외는 대도시 에서 큰 식당을 경영하던 사람이었다. 오십대 중반에 남자가 과로로 한번 쓰러진 것을 계기로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그들은 경치 좋고 기후 좋은 시골로 내려 왔다.

방 세개를 손님용으로 내 놓고 날씨 좋은 늦 봄에서 가을까지 숙박업과 텃밭 가꾸느라 내외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니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었고 맛있는 음식 솜씨와 주인내 외의 부침성 때문에 한 번 들렀던 사람들은 모조리 단골이 되어 돌아오니 모두가 가족 같이 정이 들었다고 즐거워하며 자랑이다. 화초가 가득한 마당 한 구석에 대형 캠퍼 이동주택이 있어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비가 많이 오는 겨울철에는 매해 남 캘리포 니아에 가서 서너달 골프도 치고 놀다 온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매일 아침 구워내는 여러 가지 빵, 독일계 할머니가 자랑하는 감자 오므 렛, 색색가지 과일로 푸짐하고 향기로운 아침밥상에서 주인내외의 정성과 인정이 그대 로 전해졌다. 반도 못먹은 음식을 점심때 보태 먹으라고 말끔하게 싸주는 할머니는 꼭 자식들을 챙기는 옛날 어머니의 살뜰함 그대로였다.

우리가 묵었던 방도 그냥 보통 가정집의 방이었다. 완벽하게 청결한 욕실과 침구, 마 당에서 바로 자른 꽃이 가득한 화병, 벽 한면의 책장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어느 비싼 호텔에서도 맛 볼 수 없 었던 편안함과 만족감을 우리는 두고 두고 잊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시골이나 첩첩 산골에 요즈음 아무렇게나 난립되는 고층 호텔이 나 콘도, 그나마 짓다가 부도가 나서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는 건축물을 보면 우리는 너무도 답답하고 암담해진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되는 우리의 금수강산이 너무 도 가엾어서이다.

치밀한 계획이나 대책이 없이 은행 돈으로 사업을 크게 벌이고 흥청거리다가 망하는 사람들은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도 관광산업지원융자를 과대망상을 가진 자연파괴자들에게 줄 것이 아니라 산골마을에서 민박업을 하려는 주민에게 주어 도와 주면 어떨까? 지방자치 단체에서 마스터 플랜을 가지고 우선 주택을 위생적으로 개량하여야 한다. 주민들에게 서비스 정신교육, 청결교육, 친절교육은 필수이다. 또 여러가지 맛갈스러운 향토음식의 식단개발을 유도하고 홍보나 고객유치를 도와 주어야 한다. 일확천금을 바라지는 못해도 이는 자연환경도 보존하면서 산골의 주거환경도 개선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도시인들이 시골에서 원하는 것은 바로 깨끗한 시골집과 담백한 시골음식, 푸근한 인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