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남의 나라의 정치면이나 사회면은 여행자로서 큰 관심을 갖고 사건의 진전을 추적할 일이 별로 없다. 또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온갖 일이 다 일어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라면 비분강개할 만한 일이라도 나하고는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일이거니' 할 수 있는 것이 여간 속 편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언제나 계속 일정 면수를 차지하고 있는 광고면에서는 참으로 재미있는 여러 가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수준, 또는 사회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어 그 사회의 윤곽을 흥미있게 독학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된다.
그 지방 사람들의 주 생업이 무엇인지, 어느 부문에서 가장 인력이 모자라는지, 각 분야의 계층에 따른 보수수준은 어떤지, 또 분야별 새로운 자격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어느 지역의 집값이나 아파트 임대료는 얼마 정도인지, 보통 근로자들이 어느 정도의 주거환경에서 살수 있는지 등의 여러 정보는 상당히 정확한 사회지표 노릇을 한다. 사실 요즈음의 미국같이 물류 유통이 원활한 나라에서는 음식이나 기타 생필품의 가격은 어디나 비슷하기 때문에 임금과 주거 비용이 생활수준이나 저축수준을 정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요즈음 구인광고 중에서 특히 재미 있는 부분이 여러 가지 조건이 잘 맞는 '친구'를 구하는 광고이다. 남녀노소, 각양 각색의 동반자를 찾는 이 난은 한국사람의 정서로는 여러 가지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많은 광고가 남녀간에 짝을 찾는 것이지만 이제는 동성연애자들이 내는 광고도 상당한 지면을 차지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결혼율이 감소되는 것도 아닌데 독신자가 이렇게도 많다는 것은 이혼율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이다.
광고가 내놓는 조건도 그렇게 다양할 수가 없다. '취미생활을 같이 할수 있는 상대'나 '여행동반자'로부터 '아주 친밀한 관계'나 '의미있는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도 있지만 어느 구석에서도 '결혼'이라는 단어는 그림자도 찾을 수 없다. 모두가 결혼에 는 덴듯하다.
또 자신에 대한 소개를 보면 더 재미가 있다. '건강하고 지성적인 50대의 섹시한 여자'라던가 '고학력, 충분한 경제력,다양한 취미를 가진 70대의 건강한 남자' 등등, 외모, 경제력, 건강, 취미, 감수성과 지성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 누가 봐도 '이런 사람이 구태어 돈들여 가며 신문광고까지 낼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물론 현대 미국사회가 워낙에 뿌리가 없는 떠돌이의 속성이나 개인주의를 감안하면 사람을 사귈 때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나는 것에 대해 그 사람과의 연관성이 부담되어 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가 사귈 사람에 대한 조건을 명시하여 활자화해 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관계를 기능적으로 제한하는 방어적인 방법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계속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노래하면서도 사람의 속을 꿰뚫어 알고 그사람의 근본이나 주위 사람들까지 모두 안다는 사람의 소개나 보장이 있어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와는 참으로 다르다. 하기야 요즈음은 우리나라의 신세대들도 생면부지의 상대와 인터넷 채팅에 매달리고 결혼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서로 조건이 맞는 짝을 구하는 세상이니 곧 일간신문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인간관계 상대자를 찾는 광고란이 나온다고 해서 신기해할 일도 아닌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