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을 다니면서 여행자를 위한 시설의 편리나 청결, 종사자들의 공손과 친절에 감탄하고 기분좋은 여행을 하고 돌아 온후 경비를 따져보면 정신이 번쩍 들때도 있지만 그 여행을 하는 동안 돈아까운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오랜후에도 아름다운 추억이 남는다. 반대로 여행중 더럽고 불편하고 불손한 대접을 받고 나면 아무리 경비가 싼 여행이었다 하더라도 악몽같은 추억만 남지 돈을 아꼈다는 위안은 전혀 없기 마련이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서비스업에서도 질이 좋고 값이 싼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두말할것도 없겠지만 그런것은 요새 세상에서 바란는 것이 비양심적인 것이고 나머지 다른 선택, 즉 만족스럽지만 비싼것, 불만이지만 싼것, 비싸고도 불만스러운 것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값이 좀 비싸지만 만족스러운 것을 택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선택의 여지가 있는 사회라면 그래도 좋은 편이고 어떤 나라에서는 최악의 콤비인, 비싼값과 개떡같은 질의 서비스밖에는 없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개방화의 물결이 들이 닥치자 제일 먼저 서비스업의 임금수준이 국제화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서비스요금은 가히 국제수준이다. 그러면 서비스의 질도 그만큼 향상이 되었을까?

서비스의 질을 따지려면 기술적인 면과 수행방법과 태도로 나타나는 종사자의 마음가짐을 보게 된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타고 난 손재주가 뛰어난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색이 없다. 그러나 마음가짐과 태도에서 고객의 기분에 대한 배려는 너무도 부족하다.

택시를 타면 기사의 난폭운전이나 더러운 좌석에서 옷에 때를 뭍히는 일은 예사이다. 자동차정비소에 가면 기름때 묻은 작업복 궁둥이로 운전석에 앉아 더러운 손으로 핸들을 잡는 정비공 때문에 기분이 상한다. 일류호텔 식당에서 종업원의 불손한 말씨나 거친 손길에 입맛이 떨어진다. 화장실의 수도꼭지를 고치러 온 보수센터의 기사는 일을 하면서 남의 집 밀폐공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재와 꽁치를 바닥에 툭 내던질 때 속이 상한다.

아무리 운전기술이 좋아도 손님에게 불안감을 주는 기사, 기계는 잘 고칠지 모르지만 내물건을 함부로 다루워 기분을 상하게 하는 정비기사, 호텔식당의 주방장 솜씨가 아무리 좋아도 내돈대고 푸대접받는다는 억울한 생각이 들게하는 여종업원, 모두가 서비스업 점수의 반은 영점으로 시작을 하는 사람들이다.

남의 기분을 마추는 재주가 없는 것은 대대로 이어 온 농업사회와 유교전통의 탓이니까 하루아침에 고칠 수 없고 고객이 이해해줄 수 밖에는 없는 것인가. 우리끼리라면 어느정도는 이런 억지가 통하겠지만 냉엄한 국제사회의 루울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은 종사자들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앞에서 든 '최악의 콤비'로 낙인받을 수 밖에 없다.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배우고 익혀야 한다. 모든것이 마음먹기에 달린것이다. 참으로 쉬운듯 하면서 어려운 이 벽을 넘지않고는 국제화나 세계화는 공염불일 뿐이다.